육아우울증
"육아우울증"
혹시, 육아 우울증이라고 들어보셨어요? 전 육아 우울증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.
산후 우울증, 임신 우울증은 들어봤는데, 육아 우울증이라니?
대학생 때, 대학교 동아리 사람들과 전철을 타고 가다 너무 귀여운 아기를 본 적이 있어요.
그 때, 아기 엄마는 우리에게 "아기를 키우는 매 순간이 감동이다."라고 말했어요.
그 때는 아기를 낳으면 매 순간이 기쁨과 행복, 감동으로 가득찰 줄 알았는데. 막상 아기를 낳고 직접 육아를 해보니 매 순간이 그렇지는 않아요.
그 엄마가 정말 매 순간마다, 감동이었다면 저는 그 엄마를 진심으로 존경해요.
너무 소중하게 뱃속에 품고 있던 열 달을 무사히 보내고 아기를 품에 안았던 그 순간의 기쁨은 아직도 이루 말 할 수 없어요.
제왕절개로 수술 부위가 너무 아파 무통주사 버튼을 수시로 눌러대다가도, 수유하러 가서 아기만 품에 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프지 않았던 게 너무 신기했던 순간들.
품에 안겨 곤히 잠들어 있는 아기를 볼 때의 그 행복. 그게 아기를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.
그런데 요새의 저는 아이의 작은 칭얼거림에도 화가나고, 결국 아이에게 화내고, 소리지르고, 그러다 아이를 재우러 들어가 "오늘 화내서 미안해. 내일은 더 재밌게 놀자. 사랑해."라고 말하고 있더라구요.
왜 그럴까 수십번, 수백번을 고민하고 고민해도 사실 잘 모르겠더라구요. 원인을 알 수가 없었어요.
혹시나 아이를 낳고 분노조절장애가 생긴건 아닐까,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어서 아이가 저렇게 칭얼거리는건 아닐까, 하는 정말 온 세상 걱정은 저 혼자 다 하고 있었죠.
그러면 그럴 수록 저는 뭔가에 집착할 게 필요했고, 가장 손에 쉽게 잡히는게 핸드폰이었어요,
처음에는 아이가 왜 칭얼거리는지, 아이의 행동이 발달사항에 맞는지 찾아보려고 시작했는데, 점점 세상 사는 이야기,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의 칭얼거림은 잠시 잊게되고, 그러다보면 이 우울한 현실에서 잠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.
근데 그렇게 하던 핸드폰으로 어느 날, 육아빠라는 분의 블로그에서 "엄마만 느끼는 우울함"이라는 어떤 글을 보게됐어요.
그 블로그는 직접 전담 육아를 했던 아빠이자, 정신과 선생님이 글을 쓰시는데요, 보다보면 참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요.
그리고 그 글에 "엄마도 사람입니다!" 라는 문구가 있어요.
맞아요, 엄마도 사람이죠. 아이를 키우느라, 일년이 넘게 잊고 살았던 사실.
나도 잘 먹고 충분히 자야 재충전이 되고,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.
아이를 낳고는 잘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, 아침 점심은 거르기 일쑤였고 저녁 때가 되면 아이를 재워놓고는 늦은 저녁을 폭식하며 허겁지겁 먹기 바빴어요.
게다가 올빼미형 인간이었던 제가 아침형 인간이 되었으니, 그 것도 너무 힘든일이었죠.
엄마가 되어서 감내해야할 일이긴 하지만, 그래도 엄마도 사람이기 때문에 가끔 재충전이 필요하고 그래야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.
조금 더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, 이렇게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고 있는 나를 토닥여줄 시간, 나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, 그런 시간들이 엄마에게도 필요해요.
그래서 전 요즘 남편도 잠든 늦은 밤 저만의 시간을 갖고 있어요. 책도 보고, 일기도 쓰고 핸드폰 하는 시간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.
정우열 선생님의 책 중에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, 보면 엄마들의 고민이 다 비슷 비슷한 것 같아요. 그래서 공감도 가고, 이해도 가고, 나도 저런데 싶기도 해요.
그리고 좀 더 나를 위한 책으로 구매 한, 엄마, 나를 만나는 시간 엄마, 나를 사랑할 시간.
이건 일기장처럼 매일 매일 질문에 답변을 다는건데요. 의외로 간단한 질문인 것 같은데 참 많이 생각해보게 돼요. 그러면서 느낀게 나는 나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... 하는 것들.
이 선생님 블로그에 보면 자주 나오는 말이 있더라구요. 육아는 마라톤이래요, 20년간 지치지 않고 해야하는 마라톤이라고...
전 육아가 아이들 초등학교 쯤 들어가면 끝나는건 줄 알았더니, 아직 시작도 못했더라구요.
오래 달리기 위해선 엄마들이 지치지 않아야죠.
세상에 모든 엄마들 힘내요! 화이팅!